[르포] HD현대 기술, 빈살만도 반했다···'자율주행' 굴착기가 보여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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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기자
입력 2023-09-2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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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충남 보령시 성주면 만수로. 석산을 개발해 만든 이곳은 HD현대인프라코어의 미래 건설 기계의 성능을 검증하는 프루빙 그라운드(PG)다. 

이날 보령에는 시간당 71mm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제대로 들고 있기 어려울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었고, 성인 발목까지 물이 찰 만큼 비가 들이쳤다. 보통의 토목 현장이었으면 사고를 막기 위해 작업을 철수했겠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평탄화 작업에 쓰이는 도저(Dozer)는 장대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돌바닥을 고르게 다지고 있었다. 

HD현대인프라코어가 선보인 도저는 '콘셉트 엑스2(Concept-X2)' 라인업의 하나다. 조종석이 없이, 무인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인명피해 위험이 있는 곳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다. 

 
무인 도저가 20일 충남 보령 HD현대 시험자에서 작업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혜란 기자]
무인 도저가 20일 충남 HD현대인프라코어 보령 PG에서 작업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혜란 기자]


도저를 비롯해 굴착기, 휠로드 등을 두루 갖춘 콘셉트 엑스2는 운전석이 없는 자율주행차에 비견되기도 한다. 실제로 콘셉트 엑스2 도저의 외관을 살펴보니 고성능 자율주행차에나 쓰이는 벨로다인사(社)의 라이다를 비롯해 레이더, 카메라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이날 시연 행사에서 후진 중인 도저를 향해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돌발상황을 감지한 도저는 급정거했다.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를 열연한 홍혜승 HD현대인프라코어 책임은 "도저 후면에 있는 180도 광각 레이더를 통해 사람, 장비, 장애물을 자동으로 인지해 비상정지한다"고 설명했다.

 

원격 제어로 HD현대인프라코어의 굴착기를 움직이는 모습 [사진=김혜란 기자]
원격 제어로 HD현대인프라코어의 굴착기를 움직이는 모습 [사진=김혜란 기자]


이날 백미는 굴착기 원격 조종 체험이었다. 실내에 마련된 관제실에서 야외에 있는 굴착기를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일이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조종대에 올라 안전 레버를 풀었다. 굴착기는 팔 역할로 위아래 움직이는 붐, 굴착작업을 위해 안쪽으로 꺾이는 암, 흙 등을 담는 버킷 등 이 세 가지를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 좌우에 있는 레버를 이용한 '양손 운전'이 여간 어색한 게 아니었다. 연신 버벅대다 보니 무심히 뚝딱 조종간을 휘두르는 작업 기사들의 손맛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현장에 있던 이동욱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은 "토목 현장은 30년 이상 숙련된 기사들의 '일머리'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들의 작업 능력을 딥러닝 모델로 구현한 게 콘셉트 엑스2의 AI(인공지능)다"라고 말했다.

권용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콘셉트 엑스2는 무인화 및 자동화로 기존보다 작업 속도가 13% 향상됐다. 작업 시간이 줄면서 연료 소모량도 절감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급유 및 정비 등의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21시간 이상 작업이 가능하다는 게 권 책임연구원의 설명이다.

콘셉트 엑스2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 뜨겁다. 미래 도시인 '네옴시티'를 만드는 사우디아라비아 측은 건설 현장에 콘셉트 엑스2 등 관련 기술도입을 HD현대 측과 논의 중이다. 현재 자율주행 건설기계에 대한 법제화가 마련된 곳이 세계 어디에도 없어 판매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때 사우디는 무인택시를 비롯해 자율주행 상용화 노력에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만큼 건설기계의 무인화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최근 네옴시티 건설현장에 53톤(t) 대형 굴착기 30대와 대형 휠로더 50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사우디 최고위층과의 긴밀한 관계 덕에 이어진 대형 수주라고 평가받는다. 정 사장은 2019년 한국을 찾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독대하고, 지난해 11월 방한 땐 주요 총수들과 함께 환담했다.

 
콘셉트 엑스2 굴착기 사진HD현대사이트솔루션
콘셉트 엑스2 굴착기 [사진=HD현대사이트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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